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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크게 길하게 되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에 말하기를 ‘크게 길하게 되어야 허물이 없다’ 함은 지위가 마땅치 못하기 때문이다.(취괘 구사효)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유명한 소진은 제나라 왕을 설득해서 연나라가 빼앗긴 10개의 성을 다시 돌려받았다. 연나라 왕은 큰 공을 세운 소진이 돌아왔는데도 소진을 의심하면서 재상의 임무를 계속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소진이 너무 큰 공을 세운 것이다. 10개의 성을 화살 하나 쏘지 않고 돌려받았으니 무엇으로 상을 준단 말인가? 그저 “소진이 제나라에 가서는 제나라 편을 들면서 제나라의 재상이 되고, 위나라에 가서는 위나라 편을 들어서 위나라 재상이 되는 등 각 나라의 입맛에 맞게 말해서 6국의 재상이 되었고, 이제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연나라 왕이 되려고 한다”는 모함만 귀에 맴돌았다. 한마디로 신의가 없는 자이기 때문에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연나라를 강대국에 팔아먹을 수도 있고, 자립해서 연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말 아닌가!
이때 역사에 남을 소진의 ‘권도를 강조하는’ 변론이 나온다. “증삼(참), 백이, 미생은 대대로 칭송을 받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증삼은 효도를 백 가지 행실의 으뜸으로 여기기 때문에 부모 곁을 하루도 떨어질 수 없다 해서 벼슬도 하지 않고 자기 부모님만 모신 사람이고, 백이는 부왕의 뜻을 알고 임금 자리를 동생에게 사양하였을 뿐만 아니라 은나라와의 의리를 지켜서 주나라의 신하가 되지 않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또 미생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빗물로 불어나는 강물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다리 기둥을 붙들고 기다리다가 점점 거세어진 물에 휩쓸려 죽었습니다. 약육강식하는 전국시대를 맞아서 대왕께서 필요한 것은 먼 타국으로 가서 연나라를 위해 외교를 하고, 전쟁을 해서 외적을 물리치는 사람인데 증삼은 효도를 위해서 멀리 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고, 백이는 도덕 인륜의 원칙만을 고수해서 외교를 망칠 것이고, 미생은 신의를 강조하다가 전쟁을 망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반면에 자기야말로 연로한 어머니를 홀로 두고 외국에 나가서 연나라의 이익을 도모하는, 연나라를 위해서 꼭 필요한 신하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충성스럽고 신의가 있지만 죄를 얻었다고 하였다. 연나라 왕이 그 까닭을 묻자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빗대어 설명하였다.
“어떤 사람이 관리가 되어 외지에서 근무를 하다가 돌아왔는데 다른 사람과 정분이 난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독을 넣어 담근 술을 여종에게 시켜서 남편을 대접하게 했는데, 여종이 술독을 들고 가다가 짐짓 넘어지며 깨트려버렸습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담근 약주를 못 먹게 되자 화가 나서 50대의 곤장을 때렸는데, 여종은 50대를 맞으면서도 안주인의 잘못을 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바깥주인도 살고 안주인도 죽지 않고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불행하게도 신은 이러한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여종이 안주인의 말도 거역하지 않고 바깥주인의 생명도 지키는 충성을 다하였고, 여종으로서의 신의를 지켜서 안주인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았으니 충성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변명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과 같다는 것이다. 그 말을 이해한 연나라 왕이 소진을 믿고 다시 재상으로 임명했다.
그러므로 역에서는 ‘현재 놓인 처지가 불안정한 사람은 정말 크게 잘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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