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림을 대표하는 총회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성균관장은 지고지선한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더구나 학력, 사회 경력, 유림 경력 등에서 성균관장보다 나은 경우가 상당수이고, 무엇보다도 유림들의 열망과 바람을 모아오는 이들이 총회 대의원이므로 그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1월28일 개최된 2024년도 성균관 정기총회는 의장인 최종수 성균관장의 진면목을 보여준 자리였다. 무엇이 급했는지 폭주한 성균관장은 대의원의 자유로운 토론을 막고 의결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대의원을 윽박지르기도 하다가 결국은 폐회 선언도 듣지 않은 채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회의는 전체 대의원 748명 중 119명이 참석하고 308명이 위임장을 제출했다는 성원보고로 시작됐다. 그렇게 어김없이 ‘위임장 회의’가 됐고, 위임장을 제대로 받은 것인지에 대한 검증 과정도 없었다.
제1호 의안 ‘2025년도 주요업무계획 승인의 건’과 관련해 고문회의 간담회에서 총무처장이 그러더니 이번에는 성균관장이 ‘설균태 고문이 기획재정부 차관을 만나서 예산을 확보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 말을 들었다면 질겁을 할 사안인데 유림들을 어떻게 보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2호 의안 ‘2025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승인의 건’은 대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의결도 하지 않은 채 동의-재청-삼청으로 통과를 선언했다. 종헌에서 정한 의결 절차는 완전히 무시한 채 안건 성립을 말하는 동의-재청-삼청만으로 통과를 선언했던 것이다. 동의-재청-삼청은 안건 성립에 관한 것이고, 의결의 과정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제3호 의안 ‘종헌 일부 개정(안) 승인의 건’은 삼청까지 받은 모 향교재단 이사장의 보류하자는 개의 안건을 무시한 채 찬반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원안에 대한 찬반 의견만 물었다.
원안에 대한 찬반 의견도 찬성 57명, 반대 43명으로 출석대의원 과반수를 넘지도 못했는데 일방적으로 통과를 선언했다. 이날 의결 과반수는 60명이었다.
제4호 의안 ‘감사 선출의 건’만 제대로 의결됐고, 제5호 의안 ‘성균관 현안사항 보고의 건’은 토론도 의결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제2호 의안, 제3호 의안, 제5호 의안은 의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니 모두 무효이고, 이들 의안에 의해 이뤄지는 앞으로의 모든 행위는 불법이다.
유명 종가의 종손 사칭 의혹을 받는 성균관장은 이와 관련해 아무 해명도 없었고, 기타토의에서는 느닷없이 학력 위조의 의혹을 받는 제주향교 C씨에게 발언토록 해 거짓으로 유교신문사 대표를 모욕하고 비방했다. 과연 성균관장이 할 일인가.
이날 총회에서 성균관의 두 감사는 성균관장이 근저당권 설정을 한 14억1천만원은 성균관 채무가 아님을 분명히 했고, 성균관에 재무회계규정이 엄연히 존재함을 확인했다.
전임 성균관장이 14억1천만원을 성균관의 부채로 돌려놨다며 지속적으로 모욕하고, 총무처장에게 변상의 책임을 지우고 있는 재무회계규정이 없다고 했던 최종수 성균관장의 거짓말이 총회에서 감사들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성균관장의 배임, 사기, 횡령의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전혀 부끄러움이나 반성, 변화의 움직임이 없으니 유림사회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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