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학’에서는 일반 국민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비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직장에서 내쫓겨 고통을 겪다 세상을 떠난 G 씨의 죽음 배후에는 종교 문제도 있다. 은폐돼 왔던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비리 사학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일찍이 사마천(司馬遷)은 “하늘의 도는 옳은가 그른가(天道是耶非耶)”라며 세상을 한탄한 적이 있다. 착한 사람들이 오히려 해를 당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이 부귀와 장수를 누리는 불공정한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마천은 불후의 대작인 『사기(史記)』를 기록으로 남겨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 편집자 주 -
자기 대학 총장이 대필한 가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게 드러나고 미국에서 받았다는 석사학위 논문도 의혹을 받고 있다면 그 대학은 어떻게 할까. 보통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확인을 하고 해명이나 조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한의대나 변창훈 씨는 어떤 대답도 해명도 없다.
어떤 이는 총장의 자격을 열역학에 비유하며 상태함수가 아니라 반드시 경로함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태함수는 그야말로 초기상태와 최종상태에만 의존하고 경로가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는 반면, 경로함수는 초기상태에서 최종상태로 가는 동안 어떤 경로를 취했느냐에 의존한다.
총장 자격의 전제 조건은 도덕적 흠결 없이 인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인지 자신의 삶의 궤적에 의해 평가받는 경로함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우리나라의 사학을 놓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대학이 설립되거나 총장이 되고, 반면에 이를 견제할 그 어떤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풍자한 말이다.
비정상적인 교육열 때문에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비난을 듣는 게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이지만 최소한 상아탑(象牙塔)으로 상징되는 대학 이념만큼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가짜 논문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이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이 제대로 기능할 리 만무하다.
G 씨는 변정환·변창훈 부자(父子)로부터 비자금 조성만 강요받은 게 아니었다. 변정환 씨는 2006년 총장으로 복귀한 뒤 자신의 종교를 교직원들에게 강요했고 교내에 교비로 종교시설물을 설치하며 갈등을 빚었다.
G 씨의 2006년 8월18일 업무노트 기록에는 22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소재 종교 시설 2차 연수 대상자 7명 교직원 명단이 나온다. 교수 2명과 학교 직원 4명, 병원 직원 1명으로 실제 입소는 23일부터 26일까지였는데 변정환 씨는 이들을 직접 입소시키고 감독까지 했다.
이곳은 천은미륵불원의 수련원으로 천은수성원(자광학술원)이라는 곳이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변정환 씨가 운영하던 곳이다. 변정환 씨는 이곳에 교직원들을 출장 형식으로 입소시켜 수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천은미륵불원의 교리를 강제하고 단식을 시키는 한편, 수련원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보조식품을 강매하기도 했다.
변정환 씨는 자신과 부인이 운영하는 불당의 출입 교직원들과 무종교 교직원으로 인원을 충당하고 한동안 수련원을 유지했으나 타 종교 교직원들의 강한 반발과 입소 거부로 더는 수련시설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남양주 시설은 문을 닫았다.
그 뒤 변정환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대구한의대는 재학생들에게 폭넓은 사회지식과 글로벌마인드 개발을 위해 명사초청 특강을 실시한다며 변정환 씨에게 특강을 맡기고 있다.
변정환 씨는 지금도 매년 대구한의대 학생들을 상대로 ‘대자연과 ○○’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자연’이란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자연(nature)이 아니다. 천은미륵불원의 슬로건이다.
천은미륵불원에서 말하는 대자연이란 만령을 낳는다는 그들의 노모님과 구세주인 미륵불이다. 이들은 대자연낙원을 만물일체일가(萬物一體一家)라고 하는데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같은 노모님의 아들딸이고 같은 노조사님의 도손이며 같은 사모님의 제자라고 한다.
변정환 씨는 이 특강에서 자신이 천은미륵불원 전인(前人)이라는 점이나 ‘대자연’이라는 말이 천은미륵불원의 슬로건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또한 변정환 씨는 자신이 채식을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채식을 권하지만 천은미륵불원의 교리가 채식이라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천은미륵불원에서는 청구(淸口)라고 해서 삼염(三厭:하늘을 날고, 땅위를 기며, 물속을 헤엄치는 동물)과 오훈(五葷:파, 마늘, 부추, 달래, 양파)을 먹지 말라고 하고 청공소소(淸供素蔬)라고 해서 정결한 소식(素食:청구음식)을 바친다.
변정환 씨가 교직원들에게 자기 종교를 강제하고 학생들에게 천은미륵불원의 슬로건을 주제로 특강을 하는 것은 그들 말로 하면 변정환 씨의 공덕(功德)을 쌓는 일이다.
학생들은 공자와 붓다, 예수 등 타종교의 교조들이 자신들의 교조인 노모님이 내려 보낸 사람들[조사]이라고 주장하는 천은미륵불원 전인의 특강을 들으며 아무 것도 모른 채 변정환 씨의 공덕 쌓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천은미륵불원 총본부에 있는 '대자연문화' 비석이다.

대구한의대에 있는 '대자연문화' 비석으로 교비 수천만 원을 들여 만든 종교상징물이다.
교주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춤추는게 대자연 사랑
대구 지역의 한 유력 일간지에는 변정환 씨에 대한 특별 기사가 매년 난다. 상식을 넘어서는 황당한 미사여구로 장식된 이 기사를 보면 봉사, 명예, 문화, 국격을 말하는 변정환 씨는 천재이기도 하고 성인 군자에 가깝다.
2016년 9월6일자 기사의 한 대목이다.
“그(변정환 씨)는 외국어 공부도 평생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덕분이다. 영어·중국어·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인도네시아어·포르투갈어 등 7개 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변정환 씨는 무능한 자신을 기망했다며 증인진술서라는 것까지 작성해 G 씨에게 누명을 씌웠다. 변정환 씨가 70대 후반의 노인으로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며 일개 팀장이 대학의 정책을 결정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7개 국어나 한다는 대학 총장이 할 얘기는 아니었다. 물론 변정환 씨는 7개 국어를 할 줄 모른다.
또한 2018년 1월5일자 인터뷰 기사의 한 대목이다.
“(변정환 씨가 직접 발효빵을 만든 것은) 2014년 (사)대자연사랑실천본부 세계 청년대자연 페스티벌이 행동으로 옮긴 전환점이 되었다. 14개국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회를 앞두고 간식을 준비해야 했다.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에게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는 밀가루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변정환 씨가 말한 ‘세계청년대자연 페스티벌’이란 2014년 8월2일과 3일 대구 EXCO에서 열린 ‘제7회 세계청년 대자연사랑축제’였다.
당시 변정환 씨는 이 행사를 전 세계 인류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행사는 일반 민간단체의 행사가 아니라 천은미륵불원의 종교행사였다.
변정환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대자연사랑실천본부라는 곳도 외형은 환경문화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는 국제대자연사랑실천본부(회장 汪慈光)의 하부 조직이다. ‘천은미륵불원’의 교리를 국내에서 실천 포교하는 거점집단으로 대구한의대 교직원들이 임원진의 주축이다.
변창훈 씨는 변정환 씨가 지난 2011년 천은미륵불원의 교리를 바탕으로 한 (사)대자연사랑실천본부를 만들자 이 단체를 대학의 후원단체인 것처럼 선전해 왔으며 2012년 10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이 단체의 대규모 행사에 학교 돈으로 후원까지 했다.
이 행사의 슬로건인 '대자연사랑'은 본래는 '무송대자연(舞頌大自然)'이며 춤으로 대자연을 찬송한다는 이들 교리의 슬로건이다. 국내 천은미륵불원은 '대자연사랑'으로 바꾸었지만, 초기에는 '대자연찬양'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악인이라면서 왕자광 씨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 國際熱愛大自然促進會世界總會)


대구한의대 학생들도 왕자광 씨가 작사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사진 國際熱愛大自然促進會世界總會)
햇빛 달빛 별빛은 모두 대자연 자모(천은미륵불원의 신앙 대상)의 큰 사랑을 전한다고 말한다.(사진 國際熱愛大自然促進會世界總會) 이 행사에 참가한 22개 팀이 노래하고 춤춘 것은 총본부의 교주인 왕자광 씨가 작사 작곡한 노래였다. 왕자광 씨는 국제천은미륵불원 전인으로 총책이다. 지난 2012년 10월 14일 서울 쉐라톤시티호텔에서 열린 대자연사랑 출발한마당 행사에서 "인류 문화를 정신생활, 심령생활로써 신문명, 신문화, 신도덕의 가치관을 만들어야 행복해진다"고 했다. 왕자광 씨는 호자대제의 뒤를 이은 전체영도자(교주)라고 한다. 변정환 씨는 참가자들이 천은미륵불원 신도들이고 이 춤들이 종교행위라는 것을 감춘 채 ‘세계청년 대자연사랑축제’가 자연 사랑과 인류애를 다지는 민간 주최의 대규모 국제행사라고 선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