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는 문턱 하나를 넘지 못해 하루 24시간을 방 안에서만 보냅니다. 나에게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갇혀 있는 감옥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현관 앞 작은 문턱 하나,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화장실 문, 손이 닿지 않는 수도꼭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삶 전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집 안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일상은 편안한 휴식이 아니라 매 순간 몸과 씨름해야 하는 전쟁에 가까울 것이다. 장애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에게 집은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 공간이지만,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구조가 맞지 않는 집은 사회와의 연결을 끊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빌라, 반지하주택에서는 좁은 출입구와 높은 문턱,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 휠체어 회전이 어려운 공간 등이 일상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경기도에는 약 58만 명의 등록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만큼 주거환경 개선 역시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삶의 안전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비공개 회의를 주재하고, 2022년 이후 이어진 주택공급 부진을 ‘공급 절벽’으로 규정하며 기존 수도권 공급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은 공급계획의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계획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고, 다시 준공과 입주까지 연결되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공급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물량이 얼마나 신속하게 현장의 공사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다. 건설 현장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은 2023년 말 135조 원대에서 2026년 1분기 115조 5,000억 원까지 감소했고, 현장에서는 “수주를 해도 돈이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공급계획을 마련하더라도 사업을 뒷받침할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 첫 삽을 뜨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토지보상과 영업보상, 이주대책을 둘러싼 법적 분쟁까지 겹치면서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토지보상·영업보상 관련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현장의 병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인력 확충은 분명 필요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화려한 구호 뒤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미약한 존재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포퓰리즘식 보편 복지 정책의 여파와 심각한 세수 부족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 직면하면서, 당장 생존을 위협받는 취약계층의 복지 예산부터 삭감이 우려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듬어야 할 복지의 본래 기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의 재정 결손 상태는 이미 경고등을 넘어 심각한 위기 수준에 도달했다. 2025년 말 민선 8기 김동연 지사는 2026년 예산을 수립하면서 경기도가 가장 먼저 돌아보고 챙겨야 할 최약자들의 복지 예산 2,500억 원을 대폭 삭감하여 사회적 약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어 민선 9기로 당선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약자들을 위한 2026년 예산이 8개월분밖에 편성되지 않아 추경을 해야 함에도, 재정 결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은근히 약자 복지 예산 삭감을 염두에 둔 듯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생존권 보장,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지원,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성폭력 상담소, 자살예방센터 등 도민의 가장 약한 고리를 지탱하던 현장 사업들이 예산 소진으로 중단되거나 서비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교육 현장의 중심에 섰다. 절대평가 과목 확대와 서·논술형 문항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익숙한 제도가 바뀌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기존 공부 방식이 통할지,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번 변화는 시험 문제의 형식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에게 어떤 능력을 요구할 것인지 되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오랜 시간 입시는 정답을 빠르게 찾고 실수를 줄이는 경쟁에 가까웠다.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렸고,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이해했는지보다 다른 학생보다 몇 점을 더 받았는지를 먼저 살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개인의 성취보다 순위가 앞선다. 학생이 충분한 학업 능력을 갖췄더라도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낮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배움의 과정이 성장보다 비교에 매이기 쉬운 구조다. 절대평가는 정해진 성취 기준에 학생이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제도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남을 앞서는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학습으로
용인특례시의회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핵심 공공 인프라 사업을 거듭 부결시키며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용인시 반다비체육관 건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또다시 부결되었다. 겉으로는 ‘과다한 예산’ ‘시민 혈세 투입’과 ‘향후 적자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 깔린 비타협적 정치 셈법과 참담한 장애 감수성의 부재를 지켜보는 지역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용인시 관내 장애 출현율은 약 3.6%로, 전국 평균(5.2%)을 밑돈다. 장애인 인구가 적은 것은 결코 살기 좋은 도시라서가 아니라, 무장애 편의시설과 공공 체육·문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이 정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방증한다. 수십 년간 제대로 된 장애 친화적 수영장이나 체육관 하나 없던 용인시에서 반다비체육관은 3만 8천여 장애인과 이동약자, 그리고 지역 주민이 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복지 인프라다.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가 시민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한 도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회 일각에서는 과다한 예산, 수지비율과 운영비 적자를 이유로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복지시설은 상업적 이
매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중학교 3학년 교실과 학부모들의 마음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과학고를 필두로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등 전기·후기 고등학교 입시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목표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학업에 매진해 온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전형’의 핵심인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와 면접은 가장 넘기 힘든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고액 입시 컨설팅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분석해 자소서를 대필에 가깝게 첨삭해주거나, 예상 질문을 기계적으로 암기시키는 족집게 면접 학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교육의 진정한 목적과 공익적 가치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입시의 본질은 단순히 스펙을 포장해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지난 중학교 3년을 스스로 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 긍정적인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야 한다. 어른들의 개입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매끄러운 자소서보다, 학생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빚어낸 투박한 글이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인다. 값비싼 사교육에 의존
성균관에서 필자의 5대 조부이신 김일표 할아버지께 수여한 효 표창장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김공(金公)은 명문의 후예로서 하늘이 내린 효심으로 홀어머니를 지성으로 봉양하던 중, 어머니께서 우연히 병을 얻어 편찮으시니 어머니 건강을 살펴보기 위해 대변을 손수 맛을 보면서 돌보셨다. 그러다가 결국 어머님이 돌아가시게 되자 어머니 산소에서 시묘(侍墓)살이 3년을 하면서 비바람을 피하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이 내용을 보면 어머니의 위중한 상태를 어떻게든 회복하여 소생시켜 보고자 하는 그 절박했던 심정과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산소에 모셨지만 차마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식의 안타까운 처지가 잘 나타나 있다. 그리하여 흔히 거론되는 명제(命題)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부모들은 자식에게 어떤 존재이며 과거와는 어떻게 비견되고 있는지를 지금의 사실들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워낙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그러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편찮으신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어머니 대변을 손수 맛을 보면서 돌보셨다? 요즘 세상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고 들어본 적도 없는, 그야말로 표창내용을 마주하고 있는 이
신도시 상업지역은 도시의 얼굴이자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로(街路) 활성화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최근 하남 북위례 학암동 일상9블록에서 추진 중인 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개발 계획은 이 명제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대기업 건설사는 지하 터파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거지 한복판에 지상 7층 높이의 거대 콘크리트 장벽 주차장을 세우겠다는 기형적인 설계를 내놓았다. 이대로라면 조망권 관련 논란발생은 물론 상권의 슬럼화가 불 보듯 뻔하다. 더 큰 재앙은 교육 현장에 닥쳐오고 있다. 해당 부지는 2019년 토지 매입 당시부터 교육청이 “학생 배치가 절대 불가하니 주거시설을 지양하라”고 공식 경고했던 곳이다. 현재 인근 위례중학교는 전교생이 1,300명을 넘어서는 살인적인 초과밀 상태다. 여기에 100여 명의 학령인구가 추가 유입되면 교실 마비를 넘어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은 완전히 붕괴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선제적 대책을 수립하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하남시청과 교육지원청은 “건축법상 요건이 맞으면 허가해야 하는 기속행위”라며 대기업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행정편의주의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이미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가 없더라도
한여름 무더위는 예전에도 있었다.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폭염은 단순히 “여름이니까 더운 것”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고온은 일상의 불편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해야 할 재난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2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폭염이 더 이상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많은 사람은 온열질환이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환자의 상당수는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는 중장년층 남성이었고,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농업인, 건설현장 근로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이 폭염의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온열질환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작은 경고 신호에서 시작된다. 갈증이 심해지고 몸에 힘이 빠지며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