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위라는 유명 유튜버를 옹호하고자 함도, 비난하고자 함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유튜브를 신뢰하지 않는 필자로서는 그가 유명 인플루언서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다이다. 다만 이 사건을 통해 과도한 장애에 대한 비난과 함께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한 기차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하차하던 중 부실한 이동용 경사로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장애 당사자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용 경사로를 운용하던 인력이 부실한 기기를 보완하고자 경사로를 누르던 운용자의 발과 좁은 경사로 폭, 그리고 지나치게 가파른 경사 각도가 겹치며 벌어진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진 논쟁은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를 비껴갔다. 사고 당사자가 인지도 높은 유튜버라는 이유로, 그리고 도움을 주려던 사회복무요원을 탓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사건은 순식간에 선의를 베푼 공익요원에 대한 ‘유명인의 갑질’로 변질되었다. 과도한 비난 속에 당사자는 영상을 내리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이 소모적인 갈라치기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
복수의 화신으로 불리는 한나라 여태후, TV의 역사 드라마 단골인 조선 왕실의 연산군, 장희빈 등은 왕과 권력을 둘러싼 왕비들의 시기와 질투, 견제와 투쟁이 배경이었다. 임진왜란의 패장 원균 역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지나친 시기심이 비극적 결론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그들만 탓할 일이 아닌 것이 사람은 누구나 시기와 질투의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재명 정부의 갑작스러운 중폭 개각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발표되자 각각의 적합성 여부를 두고 여론마당이 시끌벅적하다. 그중 가장 관심이 뜨거운 후보는 단연 만 서른여섯 살의 국회의원으로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이다. 앞 문장을 보면 ‘국회의원, 장관, 원내대표’ 등 고위 직책이 무려 세 개나 들어 있다. 더구나 장관에는 ‘지금까지 최연소’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평생에 걸쳐 죽을 애를 써도 셋 중 하나에 오르는 것마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처지가 대부분인데 대체 어떤 운을 타고나면 저렇게나 출세가 가능한지, 정신마저 혼미하다. 그렇지만 로마제국을 이끌었던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등 장군, 집정관, 황제들은 대부분 이삼십 대 젊은 나이에 지도자 반열에 올랐고, 조선의 풍운아 남이
오는 9월 13일 렛츠런파크 영천이 문을 연다. 2009년 후보지로 선정된 뒤 무려 17년 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경마장이 들어선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영천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자꾸 남았다. 영천시는 경마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약 300억 원의 부지매입비를 부담했다. 인구 9만 명 안팎의 지방도시가 하나의 사업을 위해 내놓은 돈으로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이만한 투자를 했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영천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영천시 담당자의 설명은 의외로 담담했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피부로 느낄 만한 효과를 굳이 꼽는다면 공사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이 영천에서 밥을 먹으며 생긴 소비 정도라는 취지였다. 300억 원을 들여 유치한 사업의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지역에서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경제효과가 ‘공사 인력의 식사비’라면 그냥 지나칠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공사 과정에서 대구·경북 업체를 80% 이상 활용했다는 것이다. 숫자만 보면 지역업체 참여가 상당했던 것처럼 들린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지역’이 영천이 아니라 대구와 경북 전
대입을 앞둔 수험생에게 수능 이전에 논술고사를 치르는 일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수능 준비가 한창인 시기에 대학별 논술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쉽지 않고, 별도의 논술 준비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학생도 많다. 연세대, 서울시립대, 홍익대, 성신여대, 가톨릭대 등 수능 이전에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을 지원했다면 이제 남은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논술전형은 교과 성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학생의 독해력과 사고력, 논리적 표현 능력을 별도의 시험을 통해 평가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입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논술 준비를 반드시 장기간의 사교육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대학들이 기출문제와 출제 의도, 채점 기준, 예시 답안 등을 상당 부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7주 동안 해야 할 공부를 단계별로 나누고 꾸준히 반복한다면 혼자서도 기본적인 실전 대비 체계를 만들 수 있다. 1~2주 차, 먼저 ‘잘 쓰는 법’보다 ‘정확히 읽는 법’을 익혀야 논술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처음부터 완성된 답안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인문논술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문장력이 아니라 제시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
51%가 이기면 49%는 패자가 되는 정치, 선거가 끝난 뒤에도 승복보다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상대의 실패를 곧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정치.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가 『모자이크 민주주의』에서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다. 백 대표는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을 가진 조각들이 각자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를 새로운 민주주의의 비유로 제시한다. 연금·교육·에너지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51%의 단순 다수결을 넘어 ‘3분의 2 이상의 사회적 대합의’를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 밑바탕에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유기적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2,500년 전 유교가 정치에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내보게 된다. 유교 역시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물어왔다. 질문의 출발점은 오늘날의 정치학과 조금 달랐다.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먼저 묻기보다 그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물었고, 권력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더 앞
사계절 체류형 관광도시로 진화중인 경북 울진.! 동해선.고속도로로 완성된 접근성, 초가을 미식 .온천은 보너스로 각광받고 있다. 초가을 바다가 제철의 맛을 품을 즈음. 경북 울진은 지금.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예전 같으면 먼길을 각오해야 했던 이곳이 이제는 기차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쉽게 닿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동해선 철도 개통, 이어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은 울진까지의 거리감을 단숨에 줄이며 더 가까워진 가을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곧 다가올 겨울에는 온천과 바다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울진대게와 곰치국 미식여행까지 더해진 울진은 지금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지난 2025년 1월 1일 울진역에 첫 열차가 들어섰다. 125년의 철도역사에서 한참 늦은 출발이지만, 그만큼 의미가 깊다. 동해선 개통으로 울진은 강릉.대구.부산과 직결되는 광역 철도망을 연결하여 같은해 12월 말에는 KTX이음 기차 운영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으로 울진으로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했다. 국도 88호선(평해~영양) 선형 개량 공사 준공으로 동서.남북을 잇는 교통망이 촘촘히 연결됐다. 이제 오늘의 울진은 더 이상
지난 8월 4-5일 서울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는 교황청 종교간대화부(DID) 주최,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성균관·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신학연구소 협력으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이 열렸다. ‘이상 사회 구현을 위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대화: 새 하늘 새 땅과 대동(大同)’의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정부 및 국민의 호응을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천주교의 입장과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천주교와 함께 하는 위치라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던 성균관의 계산이 합치되어 준비되었다. 양쪽은 개최 비용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으나 개최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성균관은 재정 악화를 내세우며 부담액을 줄여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모든 경제적 부담을 천주교 측에 떠 넘겼고,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여 겨우 열리게 됐다. 애초 성균관 집행부는 지난 7월 2일의 ‘2026년도 제2차 임시총회’에서 「유교의 국내외 위상 강화」와 관련하여 “2025년 8월에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차관이 최종수 성균관장과의 면담을 통해 유교와 교황
얼마 전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왼쪽 편마비 장애가 있어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렵고, 이 때문에 자주 넘어지곤 한다. “화장실 문턱에 걸려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습니다. 집수리를 신청하려 했더니 경증 장애인이라 안 되고, 전세로 사는 집이라 또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저는 어디에서 안전해야 합니까?” 이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경기도에는 장애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복지 예산과 여러 사업이 존재한다. 제도의 목적도 분명하다. 장애인이 자신의 집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장애인의 삶은 제도의 설명만큼 단순하지 않다. 지원 기준과 실제 생활 사이에는 적지 않은 틈이 존재한다. 그 틈에 빠진 사람에게 화장실 문턱 하나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골절과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다. 장애인의 주거 사각지대는 그렇게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체적이고 때로는 치명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 임대인의 거부와 ‘원상복구’라는 이중 장벽 전·월세로 거주하는 저소득 장애인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 가운데 하나는 ‘집주인의 동의’다.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거나 욕실 벽에
족보라고 하면 흔히 남성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부계혈통을 기록한 책이니, 조선시대 여성은 족보에서 배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족보를 수백 년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성은 족보에서 사라진 적이 없다. 다만 시대에 따라 족보 속에서 ‘자리’가 달라졌다. 이 변화는 한국 족보를 세계의 다른 계보 기록과 비교할 때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전기, 딸은 친정 족보의 구성원이었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족보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부계 중심 족보와 모습이 상당히 다르다. 아들과 딸을 출생순으로 기록하고, 출가한 딸의 경우 사위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외손과 그 후손까지 이어서 기록한 사례가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실명을 직접 기록하지 않고 사위의 이름을 적었다고 해서 여성이 계보에서 제외되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누구를 기록했는가이다. 사위가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아니라, 그 집안의 딸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외손으로 구별하여 기록했다. 결국 계보를 이어주는 혈연상의 연결점은 그 집안의 딸이었다. 즉
지난 8월 3일 오전 10시 16분께 한울원전 6호기의 사용후핵연료를 신한울원전 2호기로 옮기던 중 붕산수 일부가 외부로 누출됐다. 현장 운전원의 오조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는 이미 발생했다. 이제 울진군민이 묻는 것은 분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언제 사고를 알았으며, 왜 주민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았는가.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별위원회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사고 경위와 누출량, 방사선·환경 영향, 정보 미공개 과정과 책임 소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조사기구 구성과 사용후핵연료 호기 간 이송 중단도 촉구했다. 『한비자』 「유로」편에는 명의 편작이 채환공의 병을 거듭 경고한 이야기가 나온다. 편작은 처음에는 병이 피부에 있다고 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살과 장위까지 들어갔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채환공은 “과인은 병이 없다”며 듣지 않았다. 마침내 병이 골수에 이르자 편작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며 돌아섰다. 작은 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한 채환공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서 잘못이나 결함을 숨기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뜻하는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말이 나왔다.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린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