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며, 그 과정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미래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교육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라면 그 도덕적 잣대는 일반 정치 선거보다 훨씬 엄격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교육감 진보진영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안민석 예비후보의 부정행위 의혹은 경기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다. 안민석 후보가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인해 더 이상 후보 자격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다. 첫째, 교육 총괄자로서 치명적인 ‘부정선거 의혹’이다. 지난 24일, 경기교육혁신연대 운영위원들은 안 후보 측의 선거인단 대리 등록 및 가입비 대납 의혹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주민등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짙은 이번 사태는 교육적 양심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정과 편법으로 승리를 가로채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정직’과 ‘정의’를 가르치는 교육 수장이 되겠다는 말인가. 교육 수장의 첫 번째 덕목인 도덕성이 파탄 난 상황에서 그의 교육 정책은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다. 둘째, 후보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진보진영의 통합이 사
말 많고 탈 많았던 '9대 성남시의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 지원 조례안이 정확히 소속 정당에 따른 표결로 부결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있어서 정치 논리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민들 앞에 보여준 사건이다. 해당 조례안은 심의, 처벌과 관계없이 오로지 성남시민인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일상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성남시의회는 부결을 위한 근거로 “교육감의 권한” 및 “상위법과의 충돌”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또한 “피해 학생”에 대한 정의를 놓고 충돌했을 뿐만 아니라, 조례안 내용과 관계 없는 발의 의원에 대한 정치적 공격까지 등장했다. 우선, 조례안은 교육감의 사무를 침해하지 않으며, 아동, 청소년 등을 포함한 성남시민들의 복지를 위한 조례안은 지자체가 입법할 수 있음을 법제처가 공식 의견제시로 내놓았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 담당 부서 역시 법제처의 해석을 인용하며 복지 차원의 입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상위법인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교폭력 예방뿐 아니라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을 맞이할 때면 기념일의 설렘보다 앞서는 것은 위기감이다. 오늘날 이상기후는 먼 나라의 통계나 미래의 경고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실존적 문제가 되었다. 무너진 계절의 경계와 빈번해진 자연재해는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와도 같다. 환경 보호는 더 이상 여유 있는 이들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과제다. 그동안 인류는 ‘성장’과 ‘풍요’라는 이름 아래 지구의 자원을 아낌없이 빌려 써왔다. 하지만, 그 대가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숙제와 생태계 파괴라는 무거운 비용으로 되돌아왔다. 우리는 이 땅의 영원한 주인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다음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관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 변화의 시작, 생활 속 ‘녹색 실천’ 캠페인 기후 위기를 저지하기 위한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이에, 대한환경총연맹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환경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첫째, ‘탄소 다이어트’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더불어민주당 구리시장 후보 국민참여경선은 이미 끝났다.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신동화 후보와 안승남 후보의 결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은 20일 신동화 현 구리시의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이후 지역정가에서는 '신동화 후보가 65%, 안승남 후보가 35%를 얻은 것'으로 회자됐다. 격차는 30%포인트로 해석의 여지가 크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도 안승남 후보는 승복 대신 불복의 길을 택했다. 재심 청구에 이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 방송까지 이어가며 경선 과정의 문제를 거듭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이의 제기 자체가 아니다. 방송에서 내놓은 일부 수치와 설명이 실제 결선 결과와는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30%포인트 차 패배가 알려진 상황인데도, 방송 흐름은 마치 승부가 뒤집힐 수 있었던 박빙 접전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여질 여지를 남겼다. 이는 경선 결과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기보다, 패배의 무게를 희석하려는 정치적 해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질 때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겼을 때의 환호보다, 졌을 때의 태도가 그 사람의 정치적 품격을 말해준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채 당과 제도, 상대 후보를 향한 의혹 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참가자들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 아수라장이 된 순간 “이러다 다 죽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허구의 대사이지만, 지금 중동을 바라보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충돌이 길어질수록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전쟁은 늘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끝은 대개 통제 밖에서 무너진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군사행동은 제한적 작전으로 설명됐다. 그런데 전쟁은 이름을 바꾼다고 성격까지 달라지지 않는다. 작전이라 부르든, 억제라 부르든, 무력이 오가는 순간 확전의 위험은 이미 시작된다. 파장은 결코 제한적이지 않다. 충돌이 길어질수록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전선이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이다. 병원과 학교, 시장과 가정이 흔들리고, 에너지와 물류, 금융과 외교 질서까지 함께 흔들린다. 중동의 불길은 더 이상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제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나눠 지게 된다. 문제는 단지 군사행동의 규모가 아니다. 절차와 통제의 문제다. 미국 헌법 제1조 8항은 전쟁선포권을 의회에 부여하고, 제2조 2항은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규정한다. 또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개시할 경우 48시
만세종사이신 공자께서는 “군자는 세 가지 경계하는 것이 있으니 어릴 적에는 혈기가 아직 안정치 않아서 경계함이 여색에 있고, 그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강성하니 경계함이 다툼에 있으며, 그 늙음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이미 쇠약하니 경계함이 얻음에 있다(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고 말씀하셨다(『논어』 「계씨」). 혼란이 가중되던 춘추전국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접한 공자께서 늙어서의 탐욕을 경계하신 것은 노욕(老慾, 나이 들면서 생기는 욕심)이 노추(老醜, 나이 들며 추하게 됨)가 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1945년 광복 이후 유교 종단을 조직화하고, 성균관을 복원하는데 앞장섰던 심산 김창숙 초대 성균관장은 초기의 열정과 올바름을 잃어 버리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며 독재자의 길을 가던 이승만 대통령을 ‘독부(獨夫, 인심을 잃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외로운 남자)’라고 칭하며 사회의 주요 지도자 중에서 거의 최초로 하야를 요구했는데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1875년생이던 이승만 대통령은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구집권을 꿈꾸다가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렇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DL이앤씨 직원의 볼펜형 카메라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4월 10일 입찰 마감 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입찰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측이 문제를 제기했고, 조합은 절차를 한때 중단한 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후 조합은 DL이앤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시공사 선정 절차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압구정5구역은 1397가구 규모, 사업비 1조5000억원 안팎의 대형 정비사업이다. 법적 책임과 세부 사실관계는 더 가려져야 한다. 실제 촬영이 이뤄졌는지, 어느 범위까지 문제가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이 사안을 단지 “입찰은 계속 간다”는 행정 절차의 문제로만 축소해선 안 된다. 강남구청이 개봉 뒤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입찰 무효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윤리적 정당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살아남는 것과 기업으로서 떳떳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자는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 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경계다. 정비사업 수주전은 설
김차웅 기장향교 원임 장의, 수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역대 대통령 부부가 매년 설·추석 명절에 보내는 선물에도 종종 포함될 정도로 인기 있는 기장미역은 많은 이들이 맛을 칭송하지만 시원(始原)을 아는 이는 드물다. 기장미역의 전신(前身)은 조선시대에 화사을포(火士乙浦)라고 불리던 고리마을의 돌미역에서 시작되어 구한말까지 팔도강산 식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름은 화포미역이었다. 화사을포의 준말인 화포(火浦)는 그 이름처럼 ‘봉화대가 있던 포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찬란했던 화포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라는 격랑 속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갔는데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경향 각지의 특산물을 조사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행정구역명으로 통합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기장미역, 기장붕장어, 기장갈치 등 화사을포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던 화포미역이라는 고귀한 이름은 지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깊숙이 묻히고 말았으니 이 고장 출신으로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고리마을의 지명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엔 고래가 있었다. 마을의 명소인 ‘고랫간’은 문자 그대로 고래들의 안마당이었는데 고래들이 드나드는 길목이다 보니 옛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기장의 향토지인
김두호 성균관 원임 전인·원임 윤리위원·원임 감사 살아가며 가장 지키기 어려운 신념인 정직(正直)에 대해 국어사전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라 표현하고, 정의(正義)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설명한다. 『사자소학(四子小學)』에는 「행필정직 언즉신실(行必正直 言則信實)」이라고 하여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고, 말은 미덥고 성실하게 하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도 전해오며 악의(惡意)를 떨치고 귀감(龜鑑)이 되도록 격려해왔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올곧은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으면 ‘정의를 위한 의기가 있다’라고 여겨 ‘의(義)롭다’고 칭찬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불의(不義)하다’라고 하여 누구도 본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근자(近者)에 유림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不正)과 망언(妄言), 폐해(弊害)에 관한 소식들이 들리고, 인생을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오신 어른들이 “유림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느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 등의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계시니 선배 어른들을 모시고, 후배들을 이끌며 나아가야
서울 문묘 성균관은 국왕의 명에 의해 1398년(태조 7) 음력 7월 수도 한양의 동부(東部) 숭교방(崇敎坊)의 지금 위치에 건립된 이래로 한국 유교의 성지이자 한국전통문화의 상징으로 보존되어 왔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무수한 일들을 겪으며 때로는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 없어지기도 했고, 국가의 존재가 사라져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을 때도 있었지만, 오직 공부자를 비롯한 성현의 가르침을 받드는 유림만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곳을 지켜왔기에 지금은 유교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에서조차 사라졌던 석전(釋奠)과 일무(佾舞) 등의 의례와 유산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이어오고 있다. 성균관에서 이뤄진 모든 의례는 각종 문헌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명시되어 지금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태학지』, 『국조오례의』 등의 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심지어 성균관 석전의 음복주에 사용하는 쌀의 수량까지 국왕이 결정할 정도로 엄격한 통제와 질서 준수가 필수였다(본지 기사 「석전(釋奠) 음복주를 만드는 쌀의 수량까지 국가가 정했다」 /news/view.php?no=88189 참조). 그러므로 아무리 현대에서 예법을 편의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