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치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선진 사회에서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은 화려한 마천루나 행정구역의 크기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며,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이 엄격한 기준 앞에서, 인구 110만을 넘어 150만 광역시를 바라본다는 용인특례시의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재정자립도가 높고 유명 관광지가 많아 외견상 살기 좋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 동안 기본적인 체육·복지 인프라조차 누리지 못한 채 소외되어 온 3만7000여 명의 장애 시민들과 그 가족들의 피눈물이 고여 있다. 용인시의 장애출현율은 약 3.5%로 전국 평균 5.1%보다 낮다. 장애인이 적으니 살기 좋은 도시일까. 반대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마음 놓고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없는 환경, 즉 ‘살기 척박한 도시’임을 방증하는 지표일 뿐이다. 현재 용인시에는 장애인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체육시설이나 장애인 친화적 수영 인프라가 부족한 수준을 넘어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인에게 체육 활동은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건강 유지이자 재활이며,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중요한 통로다. 이러한 최
논어 선진편 제15장은 공자의 과유불급에 관한 말씀이다. 자공이 공자께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나은가 여쭈니 ‘자장은 과過하고, 자하는 불급不及하다’고 하셨다. 이에 다시 ‘그럼 자장이 더 낫겠군요?’ 여쭈니 공자께서 ‘과한 것이 불급한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고 하셨다. 대개는 과유불급을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해석하는데 필자는 유猶에 ‘오히려’의 뜻이 있음에 주목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더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상 능력이 조금 모자란 사람보다 넘치는 사람이 사고를 치는 경우를 많이 본 탓도 있다. 충분히 가졌음에도 만족할 줄 모르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 패가망신을 당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은 물론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유력 권력자나 투자자, 사업가 등이 어디 한둘이던가. 오래전의 전직 모 대통령이 매우 신임하는 측근 참모 셋이 있었다. 그 대통령이 모종의 과제를 던져주면 셋 중 A는 80%, B는 100%, C는 120%를 달성했다. 대통령이 가장 신임한 사람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B였다고 한다. 실제로 A와 C는 정계에서 사라졌지만 B는 화려한 공직 경력을 두루 거치며 지금도 여전히 맹활약을
입시의 계절이 다가오면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진다. “내신 성적은 이미 바꾸기 어렵고, 정시만 바라보자니 모의고사 성적이 불안하다”는 말은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듣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입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많은 학생이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준비한다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전형이 남아 있다. 바로 논술 전형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채워 넣는 과정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고, 학생의 내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입시라는 큰 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논술이라는 돌파구를 찾는 태도의 변화가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 눈에 보이는 ‘허수’의 공포에서 벗어나라 논술 전형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표면 경쟁률이다. 인기 대학의 경우 50대 1, 100대 1을 넘기도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입시 현장의 관점에서 보면 이 숫자는 상당 부분 착시다. 수험생은 수시 모집에서 총 6번의 지원 기회를 가진다. 이때 학생부 교과나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기 애매한 성적대의 학생들이 남은 카드를 쓰기
6·3 지방선거는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권력의 중심을 상당 부분 되찾으며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했지만, 서울시장을 내주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체 판세에서는 밀렸음에도 서울을 수성하며 완패의 수렁은 피했다. 유권자는 한쪽 손을 들어주면서도, 다른 쪽 손으로는 매서운 회초리를 쥐고 있었다. 바꾸라는 뜻은 분명했지만, 오만하게 독주하라는 허락은 아니었던 셈이다. 선거의 본질은 권력의 교체에 앞서 책임을 부여하는 엄숙한 의식이다. 당선자는 축하를 받을 사람이기 전에 무거운 책무를 짊어진 자이고, 낙선자는 패배의 쓴잔을 씹기 전에 민심의 행간을 다시 읽어야 할 자다. 승패의 숫자에만 매몰되어 그 이면에 담긴 대중의 기대와 불안, 지지와 경고를 놓친다면 그것은 정치의 본령을 저버리는 일이다. 예로부터 민심은 곧 천심이라 했다. 《서경(書經)》은 “하늘은 백성의 눈으로 보고, 백성의 귀로 듣는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고 일갈한다. 정치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상대 정당의 공세나 일시적 여론의 파고가 아니라, 묵묵히 지켜보는 백성의 서늘한 눈빛이다. 백성을 속이고 영속하는 권력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민심은 기꺼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지를 둘러싼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용인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은 없다”고 강조하는 반면, 전북에서는 “삼성·SK의 AI반도체 공장을 새만금에 유치하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온라인에 확산된 한 유세 영상에서 비롯됐다. 영상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현근택 용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이전(?)은 정상 추진된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장면이 단순한 말실수인지, 발언 맥락의 문제인지는 별도로 따져볼 대목이다. 다만 이 영상이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메시지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에서는 현근택 후보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 후보는 지난 5월 25일 이언주 의원 등과 함께 용인중앙시장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며 이전론을 “명백한 거짓 선동”으로 규정했다. 삼성전자 팹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정부 쪽에서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기조를 재확인하는 메시지가
인류의 만세종사(萬世宗師) 공부자께서 천하를 주유하며 그동안 생각해온 정치적 이상을 펼치려 하다가 진나라와 채나라의 국경에서 길을 잃고 고립되었다. 양식마저 바닥나며 같이 있던 제자들이 굶주려 일어설 힘조차 없던 비참한 상황이 되니 성격이 급하고 대쪽 같았던 제자 자로가 분노와 원망이 섞인 얼굴로 “군자도 이렇게 궁할 때가 있습니까?”라고 항변했다.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군자가 왜 이런 굶주림과 고통을 겪어야 하며, 스승을 따르던 제자들까지 같이 고생하게 만드느냐는 항의였다. 공부자는 초연하게 “군자도 본래 곤궁할 때가 있지만 소인은 곤궁하면 분수에 넘친다”고 답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군자는 지조를 굳게 지켜 가지만 소인은 그런 조건에서 마구잡이로 선을 넘는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는 의미를 담은 말씀이었다. 공부자께서 사셨던 기원전 551년에서 479년의 그 시기에도 세상은 혼란스럽고, 다양한 일들이 발생했는데 ‘군자라고 해서 고난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현실은 인정하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라고 가르친 것이다. 우리 유림들에게는 기독교의 성경과 거의 같은 위치의 책인 『논어』 「위령공」편의 첫 부분에 나오
“사람도 장기 일부 빠져도 살 수는 있지?”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논란을 접한 한 시민의 댓글이다. 풍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분노가 함께 담겨 있다. 문제의 발언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내놓은 답변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철근 일부가 빠졌더라도 “지하 3·4층 하중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시민들이 묻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철근이 빠진 구조물이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은 누가, 어떤 책임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GTX-A 삼성역 공사에서는 지하 구조물 기둥 80본 가운데 50본에서 설계와 다른 철근 누락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6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한 시공 오차로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수도권 핵심 교통망의 지하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공공 안전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즉시 공사를 전면 중단하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받았고, 서울시와 협의했으며,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국가철도공단이나 국토교통부까지 보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이
편집자 註: 유교신문에서는 이번 주 부터 격주로 최보기 작가의 칼럼을 게재한다. 최 작가는 고려대학교를 나와 작가이자 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넘나들며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유교신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대청마루에서 내다보이는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에구, 비가 오려나?’ 혼잣말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크게 소리를 치신다. 아가는 며느리고 어르신은 시아버지다. 3대, 4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던 게 일반적이던 시절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 독자께서도 기억하실 상품 광고의 한 장면이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시아버지는 어떻게 비가 올 것을 알았을까? 날이 궂으면 관절통이 도진다는 속설 때문이라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겪은 바로는 동네 어르신들께서 바람, 습도, 구름의 색깔과 높이 등을 종합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판단한 ‘감각적 일기예보’였다. 공자께서는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을 말씀하셨다. ‘과거를 익혀 새로운
공자는 논어에서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 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바로 설 수 없고, 말이 바로 서지 않으면 질서 또한 무너진다는 뜻이다. 유교의 정명(正名) 사상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 지위와 역할이 일치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질서의 원칙이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고 있다.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이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논란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10만2500원에서 22일 9만500원까지 하락했다. 약 일주일 만에 12% 가까운 하락이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300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순 이벤트 논란이 아니라 그룹 전체 브랜드 가치와 ESG 리스크 훼손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역사 인식 논란과 정치적 해석까지 겹치며 기업 이미지 훼손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25년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는 이제 단순히 회사만이 아
6·3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용인특례시장 선거가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기울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후보 캠프의 잇따른 의혹 제기에서 두드러진다. 현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를 겨냥한 성명을 연이어 내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1일 합동 출정식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이 전면에 배치됐고, 이어 23일에는 캠프 명의의 공식 성명을 통해 의혹 제기의 범위를 넓혔다. 이상일 후보 캠프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현 후보 캠프의 주장을 “사실관계를 왜곡한 정치적 억지”라고 규정하는 한편, 현 후보 측의 SNS 홍보 방식까지 문제 삼으며 맞대응했다. 선거판은 자연스럽게 의혹 제기와 반박, 재반박의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그 사이 정작 용인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은 뒤로 밀리고 있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광역교통망 확충, 교육 인프라 구축, 생활권별 교통 불균형 해소 등 110만 용인 시민이 묻고 싶은 의제는 적지 않다. 그런데 선거의 중심에는 정책 설명보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공세가 먼저 놓이고 있다. 문제는 현 후보 본인의 공약을 둘러싸고도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