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강제수사로 들어가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진 대한축구협회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전력강화위원회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들의 진술과 전자정보를 대조하고 있다. 수사의 중심은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이다. 정몽규 당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 등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단순히 협회 내부 규정을 지켰느냐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수사가 아니다. 감독 후보를 검토하고 추천하는 과정에서 공식 기구의 권한이 실제로 보장됐는지, 최종 의사결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에 가깝다. 그 과정까지 오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정 전 회장을 둘러싼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고발은 2024년부터 이어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을 둘러싼 고발에 이어 같은 해 7월 홍 전 감독 선임 이후에도 관련 고발이 잇따랐고, 사건은 종로경
※ 필자인 김춘봉 경기도장애인홍보대사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나 식당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네 카페와 병원, 식당, 심지어 주민센터에서까지 카운터 직원의 목소리가 하나둘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훤히 빛나는 네모난 화면, 무인 키오스크다. 비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편리하다. 줄을 기다리거나 직원과 이야기할 필요 없이 손가락 몇 번이면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기술은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선물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반대다. 키오스크가 늘어날수록 내가 빼앗긴 것은 오히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였다. 휠체어를 타고 키오스크 앞에 서면 화면 위쪽 메뉴는 손이 닿지 않는다. 카드 단말기조차 높아 결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효자손’을 가지고 다닌다. 다른 사람은 등을 긁을 때 쓰지만, 나는 손이 닿지 않는 키오스크 화면을 누르기 위해 사용한다. 가끔 창피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것 좀 눌러주세요”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씁쓸하다.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에서 장애인이 커피 한 잔을 혼자 주문하기 위해 효자손을 들고 다녀야 한다
한국만큼 족보 문화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도 족보가 있고, 한자 문화권인 일본과 베트남에도 있으며 유럽에도 계보 기록이 존재한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것처럼 “A는 B를 낳았고, B는 C를 낳았고…”와 같이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며 혈통을 기록한 단순한 계보도는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문중 구성원을 거의 빠짐없이 동일한 형식과 방식으로 기록하고, 한 가문 전체의 인명록을 데이터베이스처럼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보완해 온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족보는 마치 국가의 공적 기록인 주민등록처럼 문중 구성원의 계보와 관계를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으로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철폐되고, 1909년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되면서 성씨와 본관이 행정적으로 등록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족보 편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족보는 1920년대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20여 년 동안 조선총독부 출판 허가 건수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였다. 족보(族譜)는 성리학적 유교 질서와 그 핵심축인 종법제도(宗法制度)라는 사회 규범을 시각화하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농담의 소재가 아니다. 피해자가 살아남기 위해 견딘 시간을 웃음거리로 바꾸는 순간, 정치는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잃는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간담회는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형사사법제도의 허점을 따져 묻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참석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맞은편에 앉은 진종오 의원에게 말했다.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판 하지?” 진 의원은 자신은 발보다 손을 더 잘 쓴다는 취지로 맞장구쳤다고 한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이 말을 듣지 못하고 뒤늦게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문제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듣고 있을 때만 조심하는 태도를 우리는 예의라고 부르지 않는다. 유가에서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삼가는 ‘신독(愼獨)’을 군자의 근본으로 삼았다. 피해자가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면 문제는 오히려 더 무겁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여긴 순간에 드러난 말이 그 사람의 평소 품격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자리는 ‘돌려차기’라는 범죄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 참석한 자
요즘 내 일은 전국의 지방의회를 찾아다니며 의원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강의장에서 만나는 표정은 제각각이다. 당선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유독 눈에 밟히는 이들은 걱정 가득한 초선 의원들이다. 자신을 뽑아준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4년 뒤 지역을 조금이라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두려워하는 얼굴들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내게 다가와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당선된 날부터 매일 두렵습니다." 그 질문을 들으면 나는 도리어 마음이 놓인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만 그런 걱정을 하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두려워할 줄 아는 태도, 그게 곧 정치인의 간절함이자 성장의 출발점이다. 질문을 품고 왔다가 답을 찾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의원들을 볼 때마다 실감한다. 정치에도 배움의 표정이 있구나. 사실 지방의원에게는 자격증이 없다. 의사나 변호사는 엄격한 수습 과정을 거치고, 공무원도 임용과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수천억, 수조 원의 예산을 심의하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원은 선거가 끝나는 순간 선출된 권력이 된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선택보다 더 큰 자격은 없다. 다만 당선은 자격의
장애인에게 있어 최대의 복지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그것은 ‘일자리’다.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한 인간이 사회적 주체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증명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가장 완벽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니즈를 반영하듯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일자리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단시간 복지 일자리부터 전일제, 체육 및 문화예술 일자리, 그리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권리중심형 일자리와 재택근무 모니터링 일자리까지 겉보기에는 제법 다채로운 진용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장애인들의 삶은 일자리와 함께 윤택해 지고 풍성해 졌을까? 그러나 화려한 포장지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차마 양질이라 부르기 민망한 차가운 현실이 드러난다. 현재 양산되는 장애인 일자리의 절대다수는 단시간 근로이거나 반일제 근무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거 장애 당사자들이 비장애인 중심의 거친 기업 환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당당히 꿰찼던 ‘8시간 전일제 근무’의 양질의 일자리들이 오히려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단시간 일자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지원 확대를 빌
지방에서 조그만 펜션을 운영하는 지인이 엊그제 펜션 시작 이래 최악의 불경기라며 하소연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잦은 만실에 7, 8월 한여름에는 방이 없어 예약을 못 받았는데 올해는 빈방이 더 많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동네 단골 정육점 사장도 올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동네 주변을 돌다 보면 닫힌 문에 ‘임대’를 내건 가게가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동네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은 곧 돈을 써야 할 이웃 역시 지갑이 비었다는 말이다. 매스컴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여 직원들에게 수억 원씩 보너스를 뿌린다고 호들갑인데 그저 먼 동네 잔치일 뿐 내 통장에는 신사임당은커녕 세종대왕 한 장 보내주지 않는다. 주가가 단군 이래 최대로 오른다며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닌 터라 가만히 있으면 나만 바보 되나 싶어 없는 돈 끌어모아 주식에다 걸었는데, 레버리지라는 이상한 놈 때문에 주식 시장이 경마장보다 예측이 어려운 돈 놓고 돈 먹기 도박장이 돼버려, 거름 지고 장에 따라갔던 서민과 취업난으로 허덕이는 청년들만 쌍코피를 흘린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13년 5개월 동안 대한축구협회를 이끌다 지난 6일 물러난 정몽규 전 회장이 30일 다시 여의도를 찾았다. 이번에 그가 앉은 자리는 축구협회장석이 아니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의 증인석이었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축구협회의 운영 난맥과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북중미 월드컵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 전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고개를 숙였다. 재임 기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나 일련의 논란과 북중미 월드컵의 미흡한 결과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축구협회장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사과의 끝에는 작별 인사가 놓였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만큼 앞으로는 기업인으로서 경영에 집중하며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축구협회를 이끌며 누적된 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설명하기보다, 이제는 기업인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책임을 말하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자리는 이미 떠났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질의가 시작되자 사과의 실질은 더욱 흐릿해졌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더라도 청문회가 열렸겠느냐?"고 묻자, 정 전 회장은 "16강에 올랐다면 청
옛 성현은 “이로움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라(見利思義)”고 가르쳤다. 이익과 의로움의 경계를 분별하는 의리지변(義利之辨)은 유가가 수천 년 동안 강조해 온 오래된 경계다. 이익 자체를 죄로 여긴 것이 아니라, 이익을 좇더라도 마땅함을 잊지 말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공동체의 삶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대주주 책임론에 직면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의 경영권까지 확보하려는 상황을 지켜보며 이 오래된 가르침을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사모펀드의 투자와 경영권 행사가 노동자의 고용과 협력업체의 존립, 지역경제의 안정, 국가 핵심소재 공급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단순한 사적 거래로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과 공공·민생산업의 경영권을 제한 없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과 공공산업, 민생산업의 경영권을 침탈하면 결국 홈플러스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며 규제 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MBK가 미국
퇴계 이황, 율곡 이이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께서 수없이 읽고, 아마도 기억 속에 모두 담았을 유교 경전의 내용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주역』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의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라는 문구는 세상을 더 많이 살며 갖가지 일을 겪은 어른이나 선배들이 철 모르고 경거망동하는 젊은이와 후배들에게 말이나 글로 직접 알려줄 정도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남은(餘)’의 의미가 중요한데 지금의 행동 하나하나는 당장의 결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자손과 후손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정도로 중요하고, 따라서 거짓과 악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과 선을 추구해 가는 것이 인간의 길임을 강조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들은 정당하고, 자신있는 권력일수록 모든 것을 드러내고, 서로 의논하며, 때로는 더디더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왔음과 부당하고, 자신없는 권력일수록 모든 것을 숨기고, 극소수만 논의하여 결정하며,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속전속결 형태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