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고교 내신 체제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분포는 이전보다 촘촘해졌다. 내신 1등급의 범위가 상위 4%에서 10%로 넓어지면, 대학 입장에서는 교과 성적만으로 학생을 세밀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별 전형 운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주요 대학들은 학생의 학업 역량과 사고 과정을 더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을 줄이거나, 논술 성적의 반영 비중을 높이는 전형이 나타나면서 논술의 실질적 의미도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수행평가와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능력만으로는 학생의 학습 역량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입시와 학교 평가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설명하는가’를 함께 묻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부모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논술과 글쓰기 교육으로 향하고 있다. 논술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고
지난 8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 토론회가 열렸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둘러싼 재검토론이 시민·환경단체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공개 제기된 자리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문제 제기의 방향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향한 비판은 보수 야당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진보 성향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반도체 전문가를 자처한 발제자들이 절차와 입지, 전력과 물 문제를 앞세워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집권 후 용인 반도체 산단을 둘러싼 압박이 오히려 진보 진영 안에서 터져 나온 셈이다. 발제에 나선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진상 조사와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 대표는 2023년 3월 선정된 15개 국가산단 가운데 14개는 지방정부 요청과 전문가 서면검토, 현장실사, 종합평가 등을 거쳤지만 용인 산단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결정됐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 대표는 같은 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 과정도 쟁점으로 들었다. 전남·광주가 ‘최고 수준’ 평가를 받고도 최종 선정에서 제
새로운 지방정부의 성패는 화려한 공약보다 첫날의 행보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취임식은 의례적인 행사에 그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앞으로 4년간 시정의 철학과 운영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김상욱 울산시장의 취임 첫날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김 시장은 축하 화환과 화분을 받지 않았고, 공식 오찬도 생략했다. 대신 시청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보여주기식 의전보다 실용을 택한 셈이다.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행정은 이러한 작은 선택들이 쌓여 시민의 신뢰를 만들고, 공직사회 내부의 분위기까지 바꿔 나간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민원봉사실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시장의 첫걸음이 집무실이 아니라 시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 현장이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이어 ‘120 울산민원센터 고도화’를 첫 결재로 선택한 것은 시민이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고 한 번의 접수로 민원을 해결하는 행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행정은 시민에게 편리해야 하며, 시민이 행정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취임 첫날 폐지됐던 126번 시내버스를 복원한 것
‘인생은 바둑판과 같다’고 한다. 오묘한 지적 승부를 벌이는 바둑판은 가로, 세로 각 19줄의 교차점이 361개다. 361점 안에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한 수 한 수 돌을 놓는다. 장기 역시 90개의 교차점 안에서 각 12개의 장기짝을 가지고 벌이는 두뇌 싸움이라 경우의 수가 만만찮다. ‘소탐대실, 아생연후살타, 사소취대’ 같은 삶의 격언이 말하듯 바둑도 장기도 모두 평소의 실력과 인성으로 승부가 나지 뜻밖의 행운은 작용하지 않는다. 옆에서 훈수 두던 구경꾼이 흥분해 갑자기 판을 엎어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다’는 어떤 국수의 말처럼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사람 역시 없는 법, 누구의 삶이든 내력을 들여다보면 ‘풍찬노숙, 파란만장, 산전수전공중전’이 들어 있다. 이렇게 인생이 굴곡지는 까닭은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다가올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멀고 먼 옛날 조상들은 도대체 알 수 없을 때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거북이 등뼈가 갈라지는 모습이나 별의 움직임 등으로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려고 노력했다. 그 ‘거북이 등뼈’가 3천 년 넘는 세월을 건너면서 『주역(周易)』으로, 역경(易經)으로 발전
홈플러스 사태는 더 이상 한 대형 유통기업의 회생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노동자는 일터를 걱정하고, 협력업체는 납품대금을 걱정한다. 정부는 협력업체 유동성 공급과 근로자 생계 안정을 위해 4400억원 규모의 안전망을 꺼내 들었다. 이 장면 앞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정부의 4400억원 지원은 홈플러스 법인에 직접 투입되는 공적자금이 아니다. 회생절차 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 근로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특례보증, 생계비 융자, 임금체불 대지급금 등 안전망 성격의 지원이다. 그럼에도 이 지원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대형 유통기업의 위기 뒤처리를 결국 정부 보증과 고용안전망이 떠받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을 인수할 때는 시장의 논리를 앞세우고, 위기가 닥쳤을 때는 법률적 책임의 경계만 말한다면 노동자와 협력업체는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 이익을 낼 때는 자본의 자유를 말하고, 손실이 커질 때는 구조의 한계를 말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밀려난다. 지
주문한 자색 양파가 왔다. 남쪽 어느 마을 덤바우 농장에서 부부 농부가 자신들의 삶을 갈아 넣어 만든 신비의 묘약과도 같다. 단단하기가 100년을 입어도 안 찢어지는 ‘도깨비 빤쓰(?)’를 닮았다. 허니, 이 양파들이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맛이 변함없을 터다. 변절하지 않는 단맛이겠다. 그러니 어찌 이웃과 나누지 않겠는가. 올해도 여러 푸대를 주문해 이 집 저 집에 돌렸다. 좋은 건 나누는 게 우리네 정서 아니겠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배 아파해서는 안 된다는 조상님들의 가르침을 굳이 운운하지 않아도 말이다. 못 먹는 감 찔러 보다 제 손에 상처만 남긴다는 교훈은 덤이겠다. 최근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행사가 출몰한다는 소식에 서론이 길었다. 용인시 최초 재선 시장이라는 신화를 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시민들과 함께 혼신을 기울여 추진했고, 흔들림 없이 진행되기로 일단락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흙탕물을 끼얹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행사가 열린다는 소문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 설명회’라는 제목으로 7월 8일 오전 10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다는 행사가 그것
◇ 대한민국에서 장애 당사자로 산다는 것 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르고,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고들 말한다. 빌딩숲은 화려해졌고 디지털 기술은 세계 최고를 달린다. 하지만 그 화려한 풍경 뒤에서, 여전히 누군가의 삶은 지독하게 고달프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장애 당사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여전히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고, 하고 싶은 것은 으레 참아야만 하는 것. 그것이 2026년 오늘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마주한 서글픈 현실이다. 필자의 삶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방위산업체에서 묵묵히 직장 생활을 했던 시기, 그리고 이른바 ‘장판(장애인 인권 운동 판)’에 들어와 장애인 활동가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다. 돌이켜보면 전자의 삶은 ‘세상에 나를 맞추며’ 숨죽여 살았던 시기였다면, 후자의 삶은 “세상아, 니가 내게 맞춰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이 외침은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선언이다. 수많은 장애 동지들의 피와 땀, 눈물 섞인 외침 덕분에 세상이 조금은 변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장애 당사자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가장 기본
용인시 장애인 체육의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3만8000여 명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마주한 체육 환경은 열악함을 넘어, 지역 복지의 빈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 복지와 체육 인프라 구축은 시혜적 차원의 사업이 아니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사회 참여를 넓히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와 돌봄 비용을 줄이는 가장 선제적인 공공 투자다. 그럼에도 용인시 장애인 체육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체육관은 물론, 생활체육의 기본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수영장조차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장애인 공공복지와 체육 인프라가 도시 규모에 걸맞게 갖춰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조성된 론볼경기장도 접근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해 겨울철이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날에는 차량 접근조차 쉽지 않다는 불편이 제기된다. 장애인 체육시설이라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이동 편의성과 안전성이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의 동선과 환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는 공급자 중심 행정의 한계를 보여
용인특례시 최초의 재선 시장이 탄생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민선 9기 용인시정은 이전과 다른 출발선 위에 섰다. 그동안 용인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 방향과 조직 운영의 연속성이 흔들리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제 시민들은 ‘새로 시작하는 시정’이 아니라 ‘이어가며 완성하는 시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용인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상당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도시공사 사장을 제외한 기관장들이 물러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시장에게 시정 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온전히 돌려주는 행정적 결단으로 읽힌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자리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기관장 자리는 개인에게는 생계와 명예의 문제이고, 그 주변에는 함께 일하는 직원과 가족의 삶도 걸려 있다. 그럼에도 민선 9기 용인시정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면, 그 결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용인 공직사회 안팎에서도 이를 책임 있는 자세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흐름의 출발점에는 이상일 시장의 민선 9기 구상이 있다는
성균관 소유의 유일한 재산인 서울시 성북동 1만 평 토지는 뜻있는 몇몇 선배 유림들이 유교박물관 건립 등 유교 종단의 미래 비전을 염두에 두고 갹출한 헌성금으로 마련한 후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각, 담보 제공, 근저당권 설정 등의 훼손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때 돈을 낸 분들이 만약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샀더라면 지금쯤은 후손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얘기되고 있듯이 ‘돈이 남아서 쓸 일이 없다’거나 ‘남 좋은 일 시키기 위해 자선사업을 했다’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 토지를 사는데 1원 한 푼 보탠 적이 없는 후배 유림들은 선배 유림의 뜻을 이어 소중히 간직하고, 보다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며, 우리 유교 종단과 유림에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기본 도리이다. 그런데 예의와 인륜을 숭상하고, 성현들의 말씀을 따르며 가장 인간다워야 할 성균관장과 총무처장 등의 성균관 집행부는 자신들이 잘못을 저지르며 함부로 16억 9,200만 원이라는 ‘갚지도 못할 금액’을 토지 전체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고도 자신들의 임기 중에 얼마를 갚겠다는 약속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유교 종단과 성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