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일본과 튀니지의 조별리그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1000번째 경기였다. 축구사에 남을 이정표였다. 그런데 그 역사적 장면 한편에 욱일기가 등장했다. 경기장 관중석에서 일본 응원단 일부가 욱일기를 펼친 장면이 중계 화면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일본 국기를 흔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왜 하필 욱일기였느냐다. 욱일기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조선 침탈,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아시아 각국의 점령과 수탈의 기억 속에서 이 깃발은 피해국 국민에게 여전히 상처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유럽에서 나치 하켄크로이츠가 단순한 문양이 아니듯, 아시아에서 욱일기 역시 단순한 응원 도구가 아니다. 어떤 상징은 보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 가해의 역사를 가진 쪽이 “그저 응원일 뿐”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피해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무거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7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일본 구단 팬들의 욱일기 사용이 문제가 돼 제재가 이뤄졌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경기장에 욱일기를 들고 들어가려던 일본 팬들이 FIFA 안전요원에
JTBC와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의 연쇄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방송·콘텐츠 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드라마와 예능 제작비를 선투입한 중소 외주 제작사는 가장 복잡한 법적 지위에 놓인다. 이들은 JTBC로부터 제작비를 받지 못한 채권자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OTT 플랫폼에 대한 납품 의무를 부담하는 채무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회생채권을 신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의 이행 여부, 납품 책임, 위약금 부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 미지급 제작비 채권 — 핵심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제작 도급계약이 회생절차개시 당시 JTBC와 제작사 양쪽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는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이 적용되는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쌍무계약이란 “양쪽 당사자가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으로, 양쪽 당사자의 채무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드라마 제작 도급계약은 전형적인 쌍무계약에 해당한다. 이 경우 관리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째, 이행 선택이다. 관리인이 계약 이행을 선택하면 제작사의 잔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금언이 있다.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말인데 과거 이와 관련된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벌레의 입장에서 저 문장을 다시 써보면 어떻게 될까?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새에게 잡힌다.’가 된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견과 판단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연약한 초식동물 가젤 무리가 풀을 뜯고 있다.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 평화로운 풍경이나 막상 가젤의 눈과 귀는 매우 긴장된 상태다. 저편 숲에 숨어있을 사자가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숲속에 몸을 웅크린 사자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동안 사냥을 위해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체력은 한정돼있으므로 사냥에 실패하면 그만큼 굶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사자가 표적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가젤도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꼴등으로 달리는 가젤보다는 빨리 뛰어야 배를 채워 살 수 있다. 가젤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게 뛰어오는 사자보다 더 빠르게 뛰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2026년 6월, JTBC가 약 206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포함한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줄줄이 기업회생절차, 이른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채를 산 개인 투자자, 드라마 제작비를 선투입한 중소 외주 제작사, 고료를 받지 못한 방송 작가, 매출 정산을 기다리는 메가박스 위탁점주까지 피해의 파문은 방송·영화·금융 전 분야로 번지고 있다.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면 많은 채권자들은 “이제 돈을 못 받는 건가”라는 막막함부터 느낀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는 채무자를 살리는 동시에 채권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정리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채권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고,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 글은 3회에 걸쳐 피해자 유형별로 채권의 법적 성격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정리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법정관리의 기본 구조와 회사채 개인 투자자의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 법정관리란 무엇인가 — 채권자가 먼저 알아야 할 구조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내리면, 그 순간부터 채무자에 대한 모든 개별 강제집행·가압류는 중단된다. 채권자들은 오직 법원이 정한 절차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 논란은 한 전직 대표의 재취업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 대표가 직함을 바꿔 같은 회사에서 운용업무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은 자산운용업의 신뢰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사안이다. 핵심은 제재 이후의 실질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났는지, 팀장급으로 근무하는지, 일반 직원 신분인지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고객 자금을 다루는 업무에 실제로 관여하고 있는지, 회사 안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금융당국 제재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본질이다. 본지는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통화한 뒤 취재를 이어갔다. 이후 어렵사리 확보한 이 모 대표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초반 상대방은 기자가 “이 모 대표님 아니세요”라고 묻자 “네, 누구시죠?”라고 답했다. 기자가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명함을 문자로 보냈다고 설명하자 “어쩐 일이시죠?”라고 물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기자가 “지금 타이거자산운용에 계시는 거죠”라고 묻자 잠시 말이 끊겼고, 상대방은 곧 “잘못 거셨습니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다시 “이 모 대표님 아니세요?”라고 확인하자 “전혀 아니에요”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난 6월 16일 ‘2026년도 제3차 임시중앙종무회의’를 열고 2025년도 수입·지출 결산 승인(안)을 제출했다. 성균관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세진 회계법인이 맡았고, 유림회관 관리용역 결산보고서는 안세 회계법인이 맡았다. 이 감사보고서는 모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엄격하게 작성되어야 하고, 결산보고 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은행 통장의 사본과 잔고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해야 한다. 성균관과 같이 국유재산을 위탁관리하거나 보조금을 받는 공익성 단체는 더욱 엄격한 증빙이 요구된다. 그러나 최종수 성균관장은 이러한 회계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의 회계부정(분식) 정황은 너무나 분명하다. 중앙종무회의에서 황정하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은 회계부정의 정황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으나 의장인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금까지의 회의가 그러했듯이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으로 통과시키는 행태를 재현했다.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에서는 최종수 성균관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세진 회계법인에 내용증명서를 보내어 위법 정황을 통지하
지난 6월 15일부터 오는 18일까지는 용인특례시가 지정한 ‘장애인 행복주간’이다. 이 기간 동안 용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중증장애인에 한함)에게는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어제 나는 센터의 ‘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에버랜드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식개선 현황을 체감하고 현장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직접 모니터링하며 문화체험을 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초여름의 활기찬 공기 속에서 에버랜드를 자유롭게 오가는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서 깊은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이동의 제약들과, 그들에게 더 넓은 권리와 일상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교차하는 하루이기도 했다. 매년 찾아오는 이 짧은 행복주간이 품은 거대한 가치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이 제도가 처음 세상에 나오던 수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에버랜드와 민속촌 무료입장이라는 복지 성과는 내가 처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이자 장애인단체 용인시 지부장으로 합류했을 때, 용인시 장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유교 종단의 중앙조직 성균관이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집행부와 직원들의 자리 보전과 그들을 위한 각종 비용 지출에 상당수 예산을 써버리며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의제 하나 설정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된 현실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던 뜻 있는 전국 유림들의 마음을 하나씩 깨우고 있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주요 부처 장관, 여·야의 지도부, 주목받는 정치인, 혁신적인 기업가는 물론 유교 문화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의 최고 지도부까지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고 유교의 가치와 각종 자료를 보존해 온 한국 유교 종단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왔던 것이 불과 십수 년 전이었음을 오랜 유림생활을 해온 이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냉전의 차가움과 정부 간의 두꺼운 벽을 허물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남북 교류를 전개하며 평양·개성·금강산·백두산 등의 지역을 방문해 서로의 숨결과 눈빛을 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이웃종단과도 함께하며 ‘시대 정신의 선구자’로 역할을 하던 자랑스러운 성균관이었다. 그러나 거듭되는 위법·편법·불법·무법(無法)·멸법(蔑法) 행위들과 있는 재산 다 없애고, 없는 것도 빌려와 다 써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민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6월 초 이미 전국 온열질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늘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호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전국 온열질환자는 2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경기도도 45명으로 전년 동기 17명보다 약 2.6배 증가했다. 폭염은 이제 일시적 이상기후가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위험이 됐다. 지난해 전국 폭염일수는 29.7일, 열대야 일수는 16.4일이었다. 과거 10년 평균 9일 수준이던 폭염일수는 최근 10년 평균 17.4일로 늘었다. 여름 더위에 대한 대응도 개인 건강관리와 공동체 돌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가장 기본은 ‘물·그늘·휴식’이다. 갈증을 느끼기 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술과 카페인 음료는 탈수를 부추길 수 있어 피하는 것이
2036년의 어느 아침. 민진 씨는 커피를 내리며 자신의 AI 비서에게 묻는다. "어젯밤 우리 동네 어린이집 문 닫는 문제, 어떻게 됐어?" AI 비서가 답한다. "이웃들과 밤새 의논했어요. 처음엔 그냥 받아들이자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다른 어린이집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생각이 바뀌었어요. 동네 공공돌봄시설로 바꾸자는 안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습니다." 민진 씨는 잠든 사이 자기 동네의 결정에 참여했다. 누구도 그녀를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2026년 오늘의 민진 씨는 그렇지 못하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딱 일주일. 동네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사는 동네 어린이집에 문을 닫는다는 공문이 붙었다. 아이를 키우는 민진 씨에게는 당장 오늘의 일이다. 어린이집 폐쇄에 반대하고 싶었지만, 결정 과정에서 어디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말한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도 않았다. 선거 때 그렇게 문자를 보내던 의원들에게 이 문제로 연락해 봤지만 답이 없다. 왜 이럴까. 이번 선거의 속을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투표도 없이 당선이 확정된 사람이 전국에 513명. 후보가 한 명뿐이라 경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당선되면